시향

섬에서

아굴라야 2012. 8. 17. 09:02

「섬에서」
바다는
내 두 눈 수정체를 가로질러
가느다란 수평선을 그어 놓았다
발밑 철썩거리는 파도는
갓난 바다의 새끼
구멍 난 바위는 놀이터
어쩌다 갈매기 똥을 못 피해
소리를 질러도 대꾸는 없다
듣던 대로 산만하다
어부도 바다의 새끼는 가소로워 멀리 
바다의 어른을 만나러 나간다
바람이 쉴 때 어린 바다가 오수에 들면
잔잔한 틈을 타
잉크가 마른 만년필을 꺼내는 사람은
시인이다
섬에서 시를 못 쓴 시인은 천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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