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향

목성(木星) 다녀오다

아굴라야 2012. 5. 9. 11:46

「목성(木星) 다녀오다」
네모난 유리창 너머
하루에 한 번 짧게 다녀가는 하늘
어쩌다가 몇 번씩 낯을 바꾸는,
그런 하늘을 퀭하니 기다리는 아버지는
목성에 있었습니다
새끼들이 떠나간 먼 지구
아나운서가 타고 오던 전파와 가수의 노래가
오다가 지쳐서 떨어지는 곳 
껍데기만 남아 있는 라디오 앞에
바람이 어슬렁거려 외로운 아버지는
목성에 있었습니다
"난 괜찮다" 
기다리는 조바심은 어린아이 모습 
길어진 목이 서러워졌습니다
바람피우던 얘기를 했지요
마침표 없는 얘기에 맞장구를 쳤고요
못 알아들은 척 다시 묻기도 했습니다
아버지는 이따금 천국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
"아멘"
목성은 곧 가라앉을지도 모르는데
금새 철없이 웃으십니다
두어 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곳 
웃어 주고
들어주면 되는 여든 세 살 아버지는
목성에 있었습니다
일 년에 한 번 
달력이 까만 어버이날은
천국 어머니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는 날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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