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향

누구나 낡은 풍경화 한 장쯤 있네

아굴라야 2012. 3. 10. 22:24

「누구나 낡은 풍경화 한 장쯤 있네」
꼬리 잘린 연이
대추나무에 걸려 있네
따끈하게 덥혀진 삼월 햇볕은 견딜 만 한가  
연 실은 늘어지고
겨울 추위에
파닥거리며 안달하더니 꼬리를 잘라내고
몸뚱이를 찢고
임종을 아는 새 몇이 앉아 있네
풍장은 관습
아이의 슬픔은 잊혀지고
꼬리 잘린 연을 바람이 실어 갔네
 
삼월 해 중에
히마리없는 햇살은 더러
대추나무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할머니 얘기
하필 지나가는 길가에 걸려 있을 텐데
봄밤에 돋던 소름
쟁반만큼 커진 두려움 때문
아이가 그 짧은 터널을 힘껏 달렸던 이유
어둠보다 진했네
두려운 아침이 일어나면
머리에 쓴 키 위로 소금이 뿌려지던 기억
봄에는 누구나 그런 풍경화 한 장쯤 있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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