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향

거울

아굴라야 2012. 3. 16. 12:55

「거울」
 
거울 앞에 섰는데
저수지가 보였다
둑을 넘실거리는 저수지가 있었다
내 안에
고인 눈물이 저수지라니
가둬 놓은 것도 기적
열지 못한 수문은 홍수가 코 앞인데
무엇에 쓰려고
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다가
목마르다 외치던 그리스도께서 내게
 '사랑한다 아들아' 하는데 
금이 가기 시작했다
저수지가 무너지고 
둑이 무너지고 
다 무너질 때까지 두 손은 젖어 있었다
그건 고통이 아닌 전율
저수지 빼는 일은 행복이었던 것
거울 앞에 서지 않았던 것 후회
출렁거리며 다녔던 것 후회
누구든 걸을 때마다
출렁거리는 저수지가 있거든
거울을 봐라
그 앞에 서기만 하면 수문 열쇠를 얻는다
잠그지 마라
녹이 슬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으리니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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