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 「그 비구니가 나를 훔쳤다」 |
| 정류장 노파 몇이 |
| 솜털 가시지 않은 비구니에게 |
| 들릴 듯 말 듯 겸연쩍은 말을 던졌다 |
| 간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|
| 어색한 미소 |
| 푸르스름한 머리는 봄동 같은 모자에 숨겨지고 |
| 수행자를 표시하려는 의도 |
| 보이지 않았다 |
| 상처가 깊어서 싸맨 곳 있을 텐데 |
| 작은 얼굴에 침묵만 있을 뿐 |
| 내색하지 않는 처녀 |
| 정갈한 회색 승복 속 상큼함이 |
| 뽀얗게 비치는데 |
| 털어버릴 것 많은 독한 어금니는 |
| 입술 뒤 숨겼을까 |
| 아직 털이 살아 있는, 부끄러워 함초롬한 털신을 신고 |
| 어디를 조용히 가실까 |
| 버스가 떠나자 |
| 긴 여운이 산 그림자처럼 무거워졌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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