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향

선운사 동백꽃에는

아굴라야 2012. 3. 12. 11:07

「선운사 동백꽃에는」
눈 속 붉어서 천(賤)한가
정숙하지 않던가
 
잠든 요사채에
그리움이 밤을 뒤척거리고
끊어도 
버려도 다시 찾아와
죽비에게 들켰던 부끄러운 속세의 끈
먼, 큰 스님 때부터 하얀 눈 속에는
동백꽃이 피었다
선운사 뒤뜰에
아린 사연을 두고 간 느린 발자국들과
선방을 쫓겨 나온 그리움이 꽃마다 앉아
정숙하지 않은 겨울을 난다 
 
선운사에서
벌거벗은 수행승을 보지 못하였거든
다시는 동백꽃 찾지 마라
그리워하지도 마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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