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향

인생

아굴라야 2012. 2. 29. 12:42

「인생」
사백력 언 바람 몰아치듯
깐깐하더니
천은사 골짜기 녹인 버들가지 몇에
겨울은 히마리 없이 주저앉았다
늦봄 보리이삭
생전 숙일 줄 모르는 모가지 곧추세워 뻣뻣했는데
바슴꾼 도리깨질에
터럭 하나까지 바스러지던 유월은 언제인가
원래 천 년 고목은 
무녀리였거나
끝 왕자가 꽂은 지팡이에서 난 싹이 모질게 살았거나
아침에 이슬 한 방울 피하지 못한 번뇌 
다 끝나 헛바퀴 도는 영화관 필름같은 날들이여
만 년 하늘도
새파랗게 젊은 아파트에게 꾸역꾸역
잡아 먹히는 요즘
겨울보다 짧고
손톱보다 조금 긴 날은 잠깐 
오르가즘이 지나가듯 빠른 찰나가
찰칵찰칵찰칵
사진처럼 찍혔다가 지워지는.
*사백력 : 시베리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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