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향

가족

아굴라야 2012. 1. 25. 13:07

「가족」
외양간은
이른 아침 엷은 담채화다
대문 옆 하얀 콧김이 씩씩거리고
큰 눈이 빈 구유 들락거리다가 
긴 겨울밤 허기 참지 못하면
벌떡 일어난 송아지가
어미의 워낭으로 
침묵하는 아침을 고드름 깨듯 가른다
고향에서
아침 자명종은 고무래
식은 아궁이 재를 퍼 담을 때
어린 나이 어머니의 첫 시집살이는 시작됐을 테지
소가 아침 울음을 아끼는 것은
문고리가 잡은 언 손가락을 봤기 때문이다
소의 눈이 참 깊다
눈물도 많고
정이 두터워서
어린 송아지 급한 콧김을 빨아 마시는 이유는

어머니가 정을 섞어 쑨 쇠죽이

구수한 것과 같다

굳이 말은 안 해도 가족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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