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향

반곡역 명자꽃

아굴라야 2012. 5. 3. 07:36

「반곡역 명자꽃」
반곡역 명자꽃
벌이 드문 건 나이 탓
경수(經水)는 끊어지고
단맛 없는 걸 알았을까
무력증이 자라고
내리지 않는 기차에게 몸을 흔든다
반곡역 명자꽃은
오는 이 없어도 피고 지고
꼬불꼬불 긴 봄 길을 따라 홀로
화사하다
오래된 플랫폼을 한참 걷다 보면
명자나무가 철푸덕
며느리 치맛자락처럼 앉아 있는데
나이도 어린 철쭉이 벌써
사람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른 채
스와핑에 빠져 있다
 
내려온 향로봉이 서성거리고
명자꽃이 피고 저도
역무원 김씨를 작은 방에 가뒀다가 보내는  
인정머리 없는 반곡역에서
떨어지지 않는 걸음
할 수 없이 몇 마디 수작을 걸어 주었다
밝아졌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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