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담쟁이

아굴라야 2022. 8. 8. 17:13

담쟁이

 

- 김용기

 

 

정체성 운운은 한가한 사족

매달린 까닭은

죽지 않기 위해서였다

 

느림이 문제 된 적은 없었다

잡은 뒤

어딘지도 모르고 무작정 기어올랐지만

힘을 더 준 이유

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

 

구름의 빈틈을 찾은 햇빛이

연한 이파리에 표독스럽게 앉았을 때

그저 그런

풀잎쯤으로 여겼을 테지만

발톱 숨기는 것쯤

두려움 축에 끼지도 못했다

 

유산(流産)이 잦던 한 여인이

담쟁이넝쿨을 끓여먹은 후 순산

미신 같은 얘기

, 소문내지 마 담쟁이에겐 죽음이야

담쟁이의 움켜쥐는 고집에

거룩한 사명감이 숨어 있었다.